마지막 세 번째 그림은 실험성이 돋보이는 그림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부엉이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부엉이 그림은 행운과 재물을 불러온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르다. 또한 고희를 축하하는
의미로도 많이 그려졌다. 부엉이는 지금까지 화정이 여러 차례 선보인 소재이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부엉이 그림은 기존의 방식대로 먹과 필력을 강조한 형식에서부터 부엉이를 제외한 뒷배경에 채색을 칠한
홍운탁월(烘雲托月)식 기법 그리고 부엉이와 배경에 색을 칠하고 긁어내기를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색이
겹쳐지면서 드러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법까지 다양한 실험성이 돋보인다. 이런 실험성은 <동행
Ⅱ>와 <游魚動綠荷(유어동록하)>처럼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재료를 혼합해서 쓸 때에도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游魚動綠荷(유어동록하)>는 기존의 화정 작품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판화지에 그은 먹의 울림과 채색이 화선지에서와는 또 다른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화정은 기존 작품과 그 맥락을 달리하는 새로운 기법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그가 구현한 작품세계는 문인화가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든 변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박생광이란 작가가 70대 중반에 들어 불교와
무속을 주제로 한 새로운 변신으로 한국채색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에 비견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법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화정의 열정은 후배들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큰 자극을 주고 귀감이 될 것이다.
동행Ⅱ 47 x 30
游魚動綠荷(유어동록하) 58 x 46
김무호도록_20240301.indd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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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오후 12: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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